한달 살기

탈린의 쓰레기 분리 배출

탈린 일주일 차, 에스토니아 탈린의 분리수거 문화

이곳에 온 지 일주일을 살다 보니 어느덧 쓰레기가 제법 쌓였다. 탈린은 재활용 분리수거를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숙소 마당의 쓰레기통을 확인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유리, 종이, 음식물 딱 이 3 가지만 따로 분리하고, 나머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구조였다. 분리수거할 때마다 매번 조심스러웠던 한국에서의 버릇이 남아있어 그런지, 플라스틱을 일반 쓰레기통에 툭 던져 버릴 때 묘한 해방감과 낯선 기분이 동시에 든다.

에스토니아에서는 플라스틱·캔·비닐·음료팩 혼합 수거통(Sega-pakend)을 마당에 추가로 설치할지 말지를 집주인이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묵는 숙소는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일반 쓰레기로 묶어 배출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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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맨 왼쪽 가장 큰 것이 일반 쓰레기통, 두번째가 종이류, 세번째가 음식물, 네번째가 유리 수거함이다]

캔과 페트병을 모으면 돈이 된다? 에스토니아의 보증금(Pandipakend) 제도

그렇다고 이곳 사람들이 플라스틱과 캔을 전혀 분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보다 훨씬 더 눈에 불을 켜고 모으는 영역이 있는데, 바로 보증금(Pandipakend) 마크가 있는 음료수 페트병과 맥주 캔이다.

이것들은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면 개당 0.10유로(약 170원)씩 손해를 보기 때문에, 현지인들도 집안 한구석에 커다란 비닐봉지를 두고 따로 모아둔다. 그리고 마트에 갈 때 포대 자루처럼 들고 가 반납하곤 한다. 1.5리터 생수를 살 때 영수증에 보증금 0.1유로가 따로 찍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무인 반납기 이용 방법
  1. 마트 입구 근처에 있는 무인 반납기로 간다.
  2. 기계에 모아온 페트 병과 캔을 넣는다.
  3. 반납이 끝나면 바코드가 인쇄된 영수증(쿠폰)이 출력된다.
  4. 이 영수증을 마트 계산대에 내고 현금으로 바꾸거나 물건 값에서 차감받으면 된다.

방문 시 주의할 점!
출력된 영수증 쿠폰은 그 영수증이 출력된 마트 브랜드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예: Selver 마트에서 뽑은 쿠폰은 Selver에서만 사용 가능) 따라서 병을 반납한 마트에서 바로 돈으로 바꾸거나 그 자리에서 장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사진: Selver 마트에 있는 공병/캔 반납기. 플라스틱 병이나 캔을 그 큰 구멍 안에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부으면 기계가 알아서 초고속으로 분류하고 계산한다고 한다]

시민의 피로도를 낮추는 탈린의 자동화 선별 인프라

그렇다면 내가 일반 쓰레기통에 던져 넣은 플라스틱과 캔은 그대로 환경 오염원이 되는 걸까?

일반 쓰레기통에 들어간 쓰레기들은 곧바로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것이 아니다. 일차적으로 중앙 자동화 선별 공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곳에서 거대한 자석, 광학 스캐너, 풍력 선별기 등의 첨단 기계를 이용해 일반 쓰레기 속에 섞여 들어온 캔, 플라스틱, 비닐류를 알아서 상당 부분 자동으로 분류해 낸다. 시민들의 일상 속 분리배출 피로도를 낮추는 대신, 후선 인프라의 자동화 시스템에 과감히 투자한 셈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IT 강국다운 스마트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캔과 생수병을 훔치는(?) 남자

탈린 시내를 걷다가 흥미로운 광경을 발견했다. 커다란 비닐봉지를 든 어떤 남자가 인도에 설치된 공공용 분리수거함에서 캔과 플라스틱 생수병을 꺼내 담고 있었다.

가장 왼쪽의 노란색 통은 캔, 플라스틱 병, 우유팩, 비닐 등을 버리는 분리수거함(Segapakend)인데, 이 중 캔과 플라스틱 병은 보증금 반환 등으로 돈이 되기 때문에 따로 골라 수집하는 것이었다. 가운데 통은 음식물 수거함이고, 맨 오른쪽은 재활용을 하지 않는 일반 쓰레기통이었다.

길거리의 수거함에서 현지인들의 살아가는 방식과 재활용 시스템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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