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에스토니아 탈린까지, 멀고도 가까운 하늘길
우리나라에서 탈린까지는 아쉽게도 직항 노선이 없다. 아직 탈린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는 핀에어(Finnair)를 타고 이웃 나라 핀란드의 헬싱키 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 인천공항 ➡️ 헬싱키공항: 약 13시간 40분 소요
- 헬싱키공항 ➡️ 탈린공항: 약 30분 소요
평소 같으면 헬싱키까지 9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했을 거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I’m in 전쟁 여파로 러시아가 자국 영공을 전면 폐쇄해 버리는 바람에, 한참을 돌아서 바닷길로 비행하느라 비행시간이 대폭 늘어났다고 한다.
“잠깐, 내가 왜 알래스카로 가고 있지?”
비행기 안에서 기가 막힌 해프닝이 있었다. 한참 자다 깨어 기내 모니터의 비행 경로를 확인했는데, 비행기가 뜬금없이 베링해협을 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러다 곧 알래스카가 나오겠는데? 내가 미국 가는 비행기를 잘못 탔나?’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쭉 흘렀다. 아무리 지구가 둥글다지만, 유럽을 가는데 태평양쪽으로 날아간다는 게 도무지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좌회전을 하고국제 정세가 바꾼 비행경로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헬싱키 공항 환승 대기 1시간 30분의 함정
경유지인 헬싱키 공항에서의 환승 대기시간(Transit time)은 1시간 30분이었다. 나는 그저 비행기에서 내려 가볍게 게이트만 이동하면 되는 줄 알고, 의자에 앉아 쉬다가 천천히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이 큰 실수였다.
최종 목적지 입국이 아닌 단순 경유지인데도, 대기 줄이 엄청나게 길어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유럽 여행의 필수 상식, ‘솅겐 협정(Schengen Agreement)’
유럽 입국 시 이처럼 첫 경유지에서 입국 심사를 받는 이유는 바로 ‘솅겐 협정’ 때문이다. 유럽 29개국이 맺은 이 협정 덕분에, 처음 입국하는 국가에서 단 한 번만 심사를 받으면 솅겐 지역 내의 다른 나라로 이동할 때는 별도의 심사 없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그래서 탈린 공항에 도착해서는 별도의 입국 심사 없이 짐만 찾아서 바로 나올 수 있었다.
따라서 1시간 30분이라는 환승 시간은 결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마감 시간이 임박하자 항공사 직원이 탈린행 승객들을 따로 앞으로 나오라고 챙겨준 덕분에 늦지 않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하마터면 시작부터 국제 미아가 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귀국 항공권이 없다면?
참고로 인천공항에서 출국할 때, 체크인 과정에서 항공사로부터 귀국 비행기표를 예매했는지 증명을 요구받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왕복 티켓을 예약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작년에 필리핀에 갈 때 처음 겪어봤는데, 귀국 항공권이 없어서 출국이 거부 됐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급하게 돌아오는 티켓을 예약했던 기억이 있다. 출국할 때뿐만 아니라 현지 공항 입국 심사에서도 간혹 요구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번에 에스토니아로 올 때는 실수로 편도 티켓만 끊었는데, 다행히 인천공항에서 귀국 티켓 증명 요청을 받지 않았다. 나라마다, 케이스마다 기준이 다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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